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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씻을 때마다 뿌연 물이 나온다. 물이 맑아질 때까지 여러 번 씻어야 밥맛이 좋아질 것 같지만, 정말 그럴까?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밥맛에는 의외로 많은 궁금증이 따른다.
좋은 쌀을 고르는 법부터 올바른 쌀 세척법까지 맛있는 밥맛을 좌우하는 비밀을 알아본다.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쌀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쌀의 품질은 벼의 품종부터 재배, 수확, 건조, 도정, 보관 등 전 과정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품종에 따라 생육 기간과 재배 방법, 수확 시기가 다르고 밥을 지었을 때 윤기와 찰기, 질감도 차이가 난다. 쌀을 고를 때는 포장지에 적힌 품종, 등급, 생산 연도, 도정 일자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러 품종이 섞인 혼합미보다 밥맛이 검증된 단일 품종을 선택하면 보다 균일한 밥맛을 기대할 수 있다. 품종마다 쌀의 점성이 다르고 쌀알이 익는 시간도 달라, 여러 품종이 섞이면 식감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쌀알의 상태도 눈여겨보자. 부러진 쌀이나 싸라기가 적고 불투명한 흰색이나 반점 없이 맑고 윤기가 나며 크기가 균일한 쌀이 품질 좋은 쌀이다. 쌀의 등급도 함께 확인하면 좋다. 쌀은 수분 함량과 쌀알 상태를 기준으로 ‘특, 상, 보통’으로 등급이 나뉜다. 완전립 비율이 96.0% 이상인 경우 ‘특’ 표시와는 별도로 ‘완전미(Head Rice)’로 표시할 수 있다. 쌀의 신선도 역시 밥맛에 영향을 미친다. 쌀 표면에 존재하는 미강유(쌀겨에서 나온 기름)는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해 냄새와 풍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포장지의 도정 일자를 확인해 되도록 최근 도정한 쌀을 골라야 한다.
쌀을 처음 씻으면 물이 뽀얗게 변한다. 물이 맑아질 때까지 씻어야 깨끗한 쌀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뿌연 물은 쌀 표면에 붙어 있던 먼지와 쌀가루, 전분이 물에 섞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벼의 왕겨를 벗겨내면 현미가 되고, 현미의 쌀눈(배아)과 쌀겨를 제거해 백미로 만드는 과정을 도정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도정 기술이 지금보다 정교하지 않아 쌀 표면에 쌀겨나 쌀가루가 상대적으로 많이 남았고, 이를 씻어내기 위해 여러 차례 물에 헹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도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전처럼 쌀 표면을 강하게 문지르면서 여러 번 씻을 필요가 없어졌다. 일반적인 백미는 3회 정도 가볍게 씻어 쌀 표면의 쌀겨나 불순문을 제거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쌀을 씻을 때 무기비소를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흙과 물에 있던 무기비소가 쌀에 축적되는데, 도정 시 대부분 제거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도정한 쌀의 무기비소 함량을 0.2mg/kg 이하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쌀의 상태에 맞게 필요한 만큼만 씻는 것이 중요하다. 쌀을 너무 오래 많이 씻으면 수용성 비타민 B군 등 일부 영양 성분이 손실되고 쌀 표면에 있는 전분이 필요 이상으로 빠져나가 밥의 식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게 씻으면 쌀 표면에 남은 쌀가루 때문에 밥이 텁텁하게 느껴지거나 묵은 냄새가 날 수 있다. 따라서 ‘맑은 물’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쌀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도로 씻는 것이 적당하다.
쌀을 씻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 물을 오래 두지 않는 것이다. 쌀은 처음 닿는 물을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첫 물에 쌀겨 냄새나 이물질이 오래 머물지 않도록 물을 부은 뒤 바로 따라낸다. 이후 깨끗한 물을 받아 손으로 쌀을 부드럽게 저어가며 2~3회 씻는다. 쌀알을 박박 문지를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세게 씻으면 쌀알이 깨져 밥의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쌀을 씻은 뒤 바로 밥솥에 넣기보다 30분 정도 불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쌀알 내부까지 수분이 고르게 스며들어야 취사할 때 열이 안쪽까지 균일하게 전달된다. 불리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으면 겉은 물렁거리고 속은 단단한 밥이 될 수 있다. 특히 묵은쌀은 30~40분 정도 충분히 불려야 한다. 다만 전기밭솥에 있는 불림 기능을 사용하면 미리 쌀을 불리지 않고도 단시간에 밥을 지을 수 있다. 씻기 3번, 불리기 30분. 맛있는 밥을 위한 가장 간단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