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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으면 지나치던 과자도 다시 보인다.
식품이 배를 채우는 상품에서 취향을 표현하고 소장하는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다.
굿즈 마케팅이 바꾼 새로운 소비 풍경을 살펴본다.
빵을 샀는데 빵보다 봉지 안에 든 스티커가 더 반갑다. 카페에서는 한정판 캐릭터 상품에 눈길이 가고, 좋아하는 스포츠 구단과 협업한 과자가 나오면 일부러 편의점을 찾기도 한다. 이처럼 캐릭터와 스포츠 등 인기 콘텐츠를 식품에 접목한 상품이 늘면서 먹는 즐거움에 모으고 간직하는 재미를 더한 새로운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제 식품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먹거리를 넘어 ‘갖고 싶은 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에는 식품 판매를 위해 사은품을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굿즈 자체가 구매를 결정하는 이유가 된다. 제품을 사면 따라오던 굿즈에서, 굿즈를 얻기 위해 제품을 사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굿즈 마케팅의 핵심은 수집 욕구다. 단순히 제품 하나를 사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들어 있을지 확인하고, 원하는 것을 모으고, 취향이 맞는 사람과 교환하고 인증하는 과정까지가 하나의 소비 경험이 된다.
이러한 소비를 움직이는 힘은 팬심이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등장하는 순간, 평소라면 지나쳤을 식품도 단숨에 관심 대상이 된다. 여기에 기간 한정, 수량 한정 같은 희소성이 더해지면 구매 욕구는 더욱 커진다. 언제든 살 수 있는 상품보다 지금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상품에 더 큰 가치가 실리기 때문이다.
SNS는 이러한 소비의 확산을 더욱 빠르게 한다. 구매한 식품과 한정판 굿즈를 찍어 공유하는 것 자체가 인기 콘텐츠다. 이렇게 SNS에 올라간 구매 후기는 또 다른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한정판에 따른 품절 소식은 구매 욕구에 불을 붙인다.
기업들도 이 흐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굿즈로 신제품을 알리고, 특정 캐릭터나 스포츠·아이돌 팬덤을 새로운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SNS에서 자발적인 인증과 공유를 이끌어 홍보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대표 제품 ‘바나나맛우유’의 용기 형태를 활용한 도자기 그릇과 식기 세트 등 다양한 주방용품을 선보이며, 식품 브랜드의 영역을 생활 공간으로 넓혔다. 롯데웰푸드는 아이디어스와 협력해 대표 간식 브랜드인 몽쉘, 칸쵸 등 익숙한 간식 브랜드를 클리커와 향수 같은 이색 굿즈로 재해석했다. 식품의 맛과 이미지를 먹는 경험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일상에서 사용하고 간직하는 경험으로 확장한 것이다. 할리스는 국가 인증 문화재 기능장인 엄용길 장인이 만든 자개함에 티라미수를 담은 ‘자개함 티라미수 케이크’를 선보였다. 먹고 나면 사라지는 디저트가 아니라, 먹은 뒤에도 간직하고 싶은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스포츠와 아이돌 팬덤도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영역이다. SPC삼립은 프로야구 인기에 맞춰 구단·선수 이미지를 활용한 ‘KBO빵’을 선보이고, 제품 안에 선수 스티커 등 수집 요소를 더했다. 빵을 먹는 즐거움에 응원하는 선수의 굿즈를 모으는 재미를 결합해 팬덤 소비를 식품 구매로 확장한 사례다. 편의점 GS25는 버추얼 아이돌 ‘PLAVE(플레이브)’와 협업해 빵 5종, 티머니 교통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식품은 팬들이 일상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즐기고, 자신의 취향과 팬심을 드러내는 매개로도 활용되고 있다.
식품의 맛과 품질은 여전히 중요한 선택 기준이지만, 여기에 재미와 소장 가치, 팬심이 더해졌다. 특히 팬들에게는 제품을 소유하는 행위 자체가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는방법이 된다. 이러한 흐름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파고들며 관련 상품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디깅소비(Digging+소비)’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식품 역시 단순히 먹고 끝나는 상품에서 벗어나, 모으고 간직하며 취향을 드러내는 대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먹는 즐거움에 모으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식품을 즐기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